최근 국내에서 큐열(q fever)이 산발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주대 의대 감염내과 허중연 교수와 농림축산검역본부 공동 연구진이 '대한의학회 학술지(jkms)' 최신호에 게재한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매년 10건 안팎으로 보고되던 큐열 환자가 2015년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163건이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20년 이후 다시 큐열 발생 신고 건수가 감소했으나, 이는 큐열 위험이 낮아졌다기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진단 기준이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설명하며, "큐열이 국내에서 확산될 위험이 있어 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충북에서 큐열 확진자가 무더기로 보고됐다.
만성으로 발전하면 사망률 높아져한국인에게 비교적 생소한 질환인 큐열은 1935년 호주 퀸즐랜드에서 처음 발견된 질환으로 사람과 동물이 공통으로 걸릴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원인은 '콕시엘라 버내티(coxiella burnetii)'라는 세균으로 소, 양, 염소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이나 야생동물, 진드기에 주로 서식한다. 감염된 동물의 소변, 젖, 양수 등에서 자주 발견된다. 동물은 큐열에 걸려도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으며, 임신한 경우에는 유산한다. 그러나 사람이 큐열균에 감염되면 고열, 근육통, 오한, 마른 기침, 전신 쇠약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균이 간을 침범하면 황달과 함께 오른쪽 윗배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큐열에 걸려도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도 많으며, 급성일 때는 대부분 1~2주 후 회복된다. 문제는 급성 큐열이 만성으로 진행된 경우다. 큐열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분류되는데 급성 큐열 환자 중 약 5%가 만성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큐열은 주로 임산부나 심장질환자,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에게서 발병한다. 독감과 증상이 비슷한 급성 큐열과는 달리 만성 큐열은 원인균이 심장이나 혈관, 관절을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데, 심한 경우 심내막염이나 혈관 감염과 같은 중증질환을 유발한다. 이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사망률이 20%에 달한다. 임산부가 큐열에 걸리면 유산, 사산, 조산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국내에서는 2006년 큐열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 중에 있다.
축산농가 방문할 때 개인위생 신경 써야큐열은 △오염된 동물의 체액 등 부산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제대로 살균 처리되지 않은 유제품을 섭취하거나 △원인균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어 감염된다. 다만 사람 간 전염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원인균과 접촉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축산농가 등을 방문할 때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등 개인위생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은 철저히 살균 후 섭취해야 한다.축산농가 방문 후 큐열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없다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증상이 있다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기간은 급성과 만성 여부에 따라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