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집’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각종 물건들과 쓰레기가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집에서 생활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 환경이 개선되기보다는 점점 더 생활 환경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이를 단순히 습관 탓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기 싫어서, 청소하기 귀찮아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저장강박증’이라는 정신적 문제 때문일 수 있어서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물건 버리기가 불안하고 두려운 ‘저장강박증’, 원인은저장강박증은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과도하게 수집하려 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정신적 상태를 말한다. 원래 일반적인 강박장애의 한 유형으로 구분했지만,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2013년 발간한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부터는 독립적인 정신 질환으로 분리되고 있다.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물건을 버리면 불안감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에, 집 안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쓰레기가 쌓여도 버리지 못하고 방치하게 된다.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는 달리, 꼭 가져야겠다는 소유보다는 가진 것을 버리는 행위에 불안감을 느끼고 더욱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장강박증은 워낙 사람마다 나타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원인을 하나로만 규정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한 노년기에 주로 발생한다고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제적 불안정함이나 사회적 관계 결여 등의 사회적 문제로 인해 젊은 나이대에도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로 인해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됐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도 본다. 저장강박증의 가장 큰 문제는 생활 환경이 악화될수록 정신건강 역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이 쓰레기로 가득 차게 되면 집안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위생 상태가 나빠지고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감은 심화되며, 결국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른 마음의 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무엇보다 마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쌓아두는 행동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만큼, 문제를 인식한 즉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환경 개선해야…버리는 습관 들이기도 중요이미 집 안에 쓰레기와 물건이 가득 찼다면, 단순한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닌 정신 건강 문제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을 환자 스스로와 주변인이 인식해야 한다. 저장강박증은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고 다시 재발하기도 쉬운 만큼,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는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해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도 있다.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리 상태를 개선했더라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계속해서 거주하다 보면 다시 저장강박증이 나빠질 수도 있고,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어서다. 집안에 쓰레기나 물건이 가득 찼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스스로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주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가를 불러 집안의 위생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쌓아둔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물건을 버리거나 보관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면서 서서히 물건을 줄여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계속해서 사거나 모으는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현재 집에 있는 물건을 확인하고,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마음가짐보다는 ‘필요할 때 다시 사야지’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