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오늘도 한낮 기온 35도에 육박하는 날씨 때문에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렸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더욱 올라가고 여름이 길어진 만큼, 당분간은 폭염에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 정신질환 유발해오늘처럼 무더운 날씨는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201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여름철 국내에서 발생하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응급환자 7명 중 1명은 폭염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2003~2013년 사이 서울과 인천, 부산 등 국내 6개 도시에서 폭염이 기승하는 시기에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16만 6,579명을 대상으로 고온 노출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불안장애,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65세 이상 환자가 고온 노출에 더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측되는 정신질환 비율을 살펴보면 불안 장애가 31.6%로 가장 컸고 △치매(20.5%) △조현병(19.2%) △우울증(11.6%)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고온에 노출되면 체온조절에 문제가 생기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고 체온조절 중추에 이상이 생겨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얘기하며, "폭염이 정서적, 신체적 불편함을 유발하며, 무더위와 높은 습도가 우울증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해외 연구 사례도 있다"라고 밝혔다.
치매환자, 열사병 걸려도 자각 못해폭염은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의 증상을 더 악화시키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 수 있다. 특히나 치매 환자의 경우 고온에 노출되어 열사병과 같은 온열 질환에 걸려도 인지하지 못해 응급상황에 빠질 수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 재단(afa) 제니퍼 리더(jennifer reeder) 교육 및 사회 서비스 책임자는 "치매 환자는 본인이 열사병에 걸렸는지, 지금 탈수 상태인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다. 때문에 가족이나 간병인은 폭염이 기승일 때 치매 환자에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afa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온도가 너무 높은 날에는 치매 환자가 혼자 바깥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며, 외부 산책을 나가더라도 보호자가 위급상황에 즉시 반응할 수 있도록 집 주변에 안전한 산책로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또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환자에게 보호자의 연락처가 있는 이름표를 부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치매 환자는 탈수 증상을 못 느낄 수 있어 여름철에는 물을 자주 마시도록 돕고, 카페인 음료 등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치매 환자가 일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에 걸렸다면 두통, 구토, 현기증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이때 최대한 빨리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옷의 단추 등을 풀러 답답함을 최대한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시원한 물을 마시도록 해 몸의 체온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